구술사는 말해지지 않거나 묵살되어온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화자 스스로 그 아픔과 한계를 정리하여 먼저 자신과 화해하고, 갈등과 원망의 대상인 타인과도 화해하거나 다른 시선으로 만나도록 하려는 시도입니다. 나아가 개인을 넘어 사회 속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업입니다. 지난 2023년 처음 문을 연 <최현숙의 구술생애사 교실>은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과정은 또한 구술자(화자)와 구술채록자(청자/필자)의 서로돌봄 및 서로치유의 과정입니다.
이번 두 번째 강좌에도 ‘인터뷰와 글쓰기에 도움이 될것 같아서’, ‘가족 구술사를 써보고 싶어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서’,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싶어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구술사에 관심이 있어서’, ‘생애구술사를 포함한 질적연구 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20대부터 70대까지 작가, 대학원생, 연구자, 회사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마을 활동가, 전업주부, 변호사, 출판 편집자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편, 2023년 <구술생애사 작업> 1기 수강생들은 이후 9개 팀을 꾸려서 지난 2년 동안 ‘집단 구술사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삶을 세상을 향해 들려주는 어려운 결정을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드디어 요양보호사, 탈북여성 청소노동자, 청년노동자, 해고노동자, 가족돌봄, 봉제노동자, 노동야학, 생명안전 활동가 등 아홉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올해 발간됩니다. 2기 수강생들 역시 후속모임을 꾸려서 민중음악가,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여성농부, 돌봅노동자, 어머니 등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가님의 강의를 들으며 구술생애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이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구술생애사란 화자가 자신의 삶을 말로 표현하고 청자(작가)가 그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화자의 말을 글로 옮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화를 통해 화자의 말을 이끌어내고 그 중 어떤 부분을 기록으로 남길 것인지 선택해야 하며 그의 삶이 어떠한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작업까지 해내야한다. 이는 쉽지 않게 느껴졌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난 내 삶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정상이데올로기 아래 평탄한 삶을 살아온 내가 굴곡 많은 화자들의 삶을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구술생애사의 매력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은 구술생애사가 청자와 화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역동적인 작업이라고 하셨다. 구술생애 작업에서 화자는 청자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보고, 청자는 화자의 삶을 해석해가며 자신의 벽(편견, 정상이데올로기)을 깬다. 즉 화자와 청자가 연결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독자라는 또 다른 타자와 연결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이런 거창한 목표를 떠나서, 구술생애작업은 완전히 타인이었던 사람들이 연결될 기회를 만든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강 작가는 "어떻게 세상은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한가,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가"라는 질문이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 질문은 구술생애사 작업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세상이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고통스럽다. 반대로 고통 속에 있더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있음을 깨달으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 된다. 구술생애사 작업이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연결되어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내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작업이 아닐까?
※ 올해(2025년) 개강 예정인 <최현숙의 구술생애사 작업> 3기 강좌에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던 노회찬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사람들 앞에서 오카리나를 자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불어온 오카리나는 소리가 깊고 맑아 ‘영혼을 울리는 바람의 소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연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카리나는 누구나 쉽게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악기입니다. <숲의 소리 ‘오카리나’ 배우기>는 악보를 읽지 못해도 이 과정을 마치면 노회찬이 즐겨 불렀던 동요 <시냇물>과 <파란마음 하얀마음>을 포함한 20여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초급과정(총 9강)에 이어, 같은 해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중급과정(총 8강)을 진행했습니다.
<오카리나 배우기> 과정을 마친 수강생들은 지금 <숲의 소리 오카리나 앙상블>을 만들어서 매달 한번 씩 정기모임을 갖고 연습을 합니다. 작년 3.8 여성의 날 <한국 여성대회>에서는 ‘홀로 아리랑’과 ‘노래는 즐겁다’를 연주를 통해 노회찬의 장미꽃 나눔 캠페인을 빛내줬습니다. 또,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6주기 노회찬 추모제에서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즐겨 연주하던 동요 ‘파란마음 하얀마음’과 ‘시냇물’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때 백혈병 아이들 앞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에서도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이폰 신드롬이 문화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다뤄 관심을 끈 12번 째 <상상마당 열린포럼>(2010.2.6.)에 참석한 노회찬(진보신당 대표)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자의 깜빡 발언이었다. 노회찬은 별 머뭇거림 없이 아이폰 오카리나를 입에 갖다 댔다. 아이폰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짧은 순간 100명이 넘은 청중들은 숨을 죽였고, 곧 우렁찬 박수가 터저 나왔다.
※ 올해(2025년) 개강 예정인 <숲의 소리 오카리나 배우기> 초급과정 2기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