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 프로젝트

투명인간이 목소리와 색을 되찾는 여정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_ 노회찬, 2012년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누가’ 말하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 소위 권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6411 투명인간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노회찬재단은 올해도 ‘침묵을 강요당해 배제당하고 소외당한’ 투명인간이 직접 말하고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세상으로 나온 134명의 ‘6411의 목소리’

노회찬재단은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신문과 손잡고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 첫차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소외된 채 자신의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사회적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은 6411 당사자들이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겨레신문에 실린 134명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책으로 나온 6411의 목소리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창비, 2024)

웹툰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6411의 목소리’ 중 일흔다섯 편의 글을 묶은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가 출간되었습니다. 일흔다섯 명의 필자들은 숨은 일터에서 ‘나’를 발견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언론인 손석희는 이 책을 읽고 “하나하나의 글들 속에서 노회찬을 발견한다. 글쓴이들이 모두 노회찬이다”라고 했습니다. 

매일매일 일터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바라며 한숨과 땀방울로 연대하면서 권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출간에 앞서 진행한 북펀딩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의 네배를 훌쩍 상회하는 금액이 모였고, 수익금의 일부는 (사)노동공제연합 풀빵에 전달했습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특강

 노동존중 사회와 6411의 목소리

2023년에 이어 경희대학교와 노회찬재단이 협력 운영하는 교양수업(2학점)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를 진행했습니다. 모두 215명의 경희대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고, 매주 ‘6411의 목소리’의 필자를 강사로 모셨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이미영(여성 대리기사), 이다현(귀촌청년), 이혜영(제주해녀/구술자), 최재경(유튜브 크리에이터), 김미숙(산재), 오주연(출판), 섹 알 마문(이주노동), 최우영(마루노동), 황시운(장애인), 김아롱(가족돌봄 청년), 최샘이(공연기획자), 김경운(간호사) 등 총 12분이 오셨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직접 듣는 6411의 목소리

올해는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가 손 잡고 소외된 채 자신의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사회적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은 6411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연속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아카데미 38기 수강생들과 함께 우리 곁의 6411 투명인간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겨레에 연재 중인 <6411의 목소리>의 자문위원과 필자를 모셨습니다. 하명희 자문위원님이 여는 강연을 진행해 주셨고, 이은자(출근하는 발달장애 딸에게), 부티탄화(결혼이주 여성), 노이정(웹툰작가), 최우영(마루노동자) 님이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2024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제76주년 제헌절에 노회찬 의원이 호명했던 6411 투명인간들이 22대 국회를 찾았습니다. 6411의 목소리 필자들은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책을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고, 특별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출간을 계기로 6411 목소리 필자들은 지리산포럼에서, 포항의 책방수북에서, 서울의 지담서점 등에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노회찬의 6411 연설은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투명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동안 미처 그 존재를 몰랐던,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이 목소리들에 우리 모두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회찬재단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계속 실천하겠습니다.